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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수의 갑질 논란, ‘길들이기’라는 이름의 침묵은 정답인가?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최근 일부 군정 현장에서 회자되는 이 속담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초임 부군수를 둘러싼 이른바 ‘갑질 논란’, 그리고 이를 두고 지역 공직사회 안팎에서 나오는 ‘길들이기’라는 표현은, 단순한 개인의 성향 문제를 넘어 지방행정의 구조와 권력관계를 다시 묻게 한다.

이지역은 작년에  큰 산불을 겪었다. 검게 그을린 산자락과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고, 공직사회 또한 재난 대응의 긴장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시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행정의 최상층부에 있는 부군수의 역할은 분명해야 한다.

조율자이자 관리자, 그리고 군수와 공직자, 주민 사이를 잇는 가교가 바로 부군수의 본래 직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부 간부 및 실무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초임 부군수가 조직을 이해하기보다 먼저 힘을 보여주려 한다”, “업무 지시 과정에서 존중보다는 위계만 강조된다”는 말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물론 이는 개인의 체감과 평가가 섞인 주장일 수 있으며, 사실관계에 대한 단정은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이 반복적으로 나온다는 점 자체가 행정의 경고등임은 분명하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초임이라서 더 강하게 나온다’는 인식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고위직이 조직 장악을 위해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는 해석은, 공직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공무원 조직은 군대가 아니다. 복종이 아닌 협업, 지시가 아닌 설득, 위세가 아닌 신뢰로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이나 소통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은 커지고, 현장의 피로도는 누적된다.

“괜히 나섰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입을 다문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 문화의 붕괴를 의미한다. 산불 피해 복구로 몸과 마음이 지친 공직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부군수는 단순한 ‘차관급 보직’이 아니다. 군정 전반을 총괄하고, 군수가 미치지 못하는 세부 행정을 챙기며, 무엇보다 공직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자리다. 직급이 높다는 것은 권한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임과 절제의 무게가 더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문제 될 게 없으니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굳이 시비를 걸 필요가 없어서 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시 그 속담이 떠오른다.

피하는 이유가 정말로 ‘무서워서’인지, 아니면 ‘더러워서’인지. 이 질문에 대해 행정은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도, 무조건적인 옹호도 아니다. 객관적인 점검과 공개적인 소통이다. 부군수 스스로가 자신의 언행과 리더십을 돌아보고, 조직과 주민 앞에서 직급에 걸맞은 역할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논란을 잠재우는 가장 빠르고도 정공법적인 해법이다.

산불 이후의 행정은 회복과 치유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초임이라는 이유로, 혹은 직급이라는 이유로 용인될 수 있는 갑질은 없다. 공직은 길들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체다.

침묵이 과연 정답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는 부군수와 행정이 직접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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