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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항의 50년 전통, 태화식당 — 물가자미 한 상에 담긴 가족의 온기와 세월의 맛

영남연합포커스 편집부

 

경북 영덕군 축산항은 수많은 횟집과 해산물 맛집이 즐비한 치열한 경쟁지다. 그러나 이곳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흔들림 없이 손님을 맞아온 한 식당이 있다. ‘태화식당’. 화려한 간판이나 과한 홍보는 없지만, 단골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 ‘물가자미의 진짜 맛’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태화식당의 역사는 한 어머니의 손맛과 희생, 그리고 아들의 헌신으로 이어진 가족의 이야기다. 50년 전, 생계를 위해 아버지의 배전에서 가지고온 물가자미를 손질하던 한 어머니는 새벽 바람 속에 손이 트고 굳어가면서도 “좋은 생선만 쓰겠다”는 원칙을 놓지 않았다. 그 소박한 다짐은 오늘날 태화식당의 가장 큰 정체성이 됐다. 지금은 아들이 주방을 함께 책임지며, 어머니의 방식—염도, 숙성 시간, 횟감의 두께, 반찬 구성까지—모든 디테일을 그대로 이어간다.

특히 태화식당의 가장 큰 자부심은 ‘물가자미의 선도(鮮度)’에 있다. 보통 횟감의 신선도는 말로만 강조되기 쉽지만, 태화식당의 선도 관리는 손님들이 먼저 인정한다. 이들은 축산항 선단이 입항하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생선을 들여오며, 하루 판매량만 준비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남기면 냉장고로 넘기지 않고 과감히 처리하는 원칙은 어머니와 아들이 가장 오래 고집하는 부분이다.

 

또한 태화식당의 물가자미회는 한 점이 작지 않다. ‘고기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단골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유. 얇아지기 쉬운 횟감을 적당히 도톰하게 썰어 씹는 식감과 단맛을 강조한다. 여기에 직접 담근 생강초절임, 새콤달큼한 양념장, 미역국까지 단출하지만 완벽한 한 상을 이룬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은 오히려 ‘믿을 수 있는 전문성’을 보여준다.

식당의 분위기도 태화식당만의 매력이다. 손님을 맞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투리, 바쁜 와중에도 빈 물컵을 먼저 발견하는 아들의 섬세함, 그리고 실내를 채우는 바다 냄새가 어색하지 않은 공간. 요란함 대신 정겨움, 계산된 친절 대신 오랜 손님을 대하는 자연스러움이 자리한다.

축산항에는 맛집이라 불리는 가게가 많지만, 단순히 SNS의 인기보다 오래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진짜 맛집’은 흔하지 않다. 태화식당이 5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 가정의 삶이기 전에, 한 지역의 어업문화와 식문화의 기억이 축적된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제 태화식당은 단순히 ‘물가자미가 맛있는 집’을 넘어, 축산항의 시간을 지키는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맛있어서가 아니라, 따뜻해서 돌아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축산항 물가자미 맛집을 한 곳만 고르라면? 고민할 필요 없다. 태화식당이 정답이다.”

50년 전의 바닷바람과 오늘의 한 상이 한 공간 위에 여전히 겹쳐지는 곳,
그곳이 바로 태화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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