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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보문단지, 외국인 안내 공백 그대로”

‘스마트 관광 도시’ 표방했지만… 현장에선 고장·단기 인력뿐
전문가 “표지판·통역 인력 같은 기초 인프라 먼저 갖춰야”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APEC 개최 이후 경주는 ‘글로벌 관광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화려한 명성 뒤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겪는 크고 작은 불편이 숨어 있다. 본지는 2회차에서 경주 대표 관광지인 황리단길과 보문단지를 중심으로 외국인 안내 공백의 실태와 현장의 목소리를 집중 취재했다.

 

1,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안내는 ‘깜깜’

2,황리단길·보문단지, ‘외국인 안내 사각지대’

3,APEC 특수 이후,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로 가려면

 

*황리단길, 안내 표지판·소통 체계 ‘기본부터 부족’

지난 15일 오후 3시, 경주 황리단길. 커피잔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골목을 여러 차례 오갔다. 

거리 곳곳에 한글 간판은 넘쳐나지만, 간단한 영어 안내문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탓이다.

‘황리단길 관광안내소’도 설치돼 있지만 외국어 상담이 가능한 직원은 1명뿐이다.

프랑스 국적의 여행객 마르틴(29)은 “표지판이 모두 한국어라 방향을 찾기 어려웠다”며 “안내소에서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결국 번역 앱으로 의사소통했다”고 말했다.

현지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지만 기본 안내체계는 몇 년째 제자리”라고 입을 모았다.

 

*보문호수 AI 키오스크 절반 ‘작동 중단’

경주 보문단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스마트 관광도시’ 사업지로, 다국어 AI 안내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운영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달 기준 12대의 다국어 안내 키오스크 중 3대가 네트워크 오류·음성 인식 장애 등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 기기는 터치 응답 속도도 느려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보문상가의 한 상인은 “외국인 관광객이 화면을 몇 번 눌러보다 ‘Not working’이라며 그냥 돌아가는 일이 잦다”며 “설치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일부 시스템 오류는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 조치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안내 인력 ‘단기 고용’ 중심… 전문성 확보 한계

경주시는 APEC 개최를 앞두고 외국어 가능 임시 안내인력을 단기간 채용했지만, 예산이 소진되면서 상당수가 계약 종료됐다. 

현재 상시 근무하는 외국어 안내 인력은 20여 명 수준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지점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을 가진 한 해설사는 “시간제 위주의 고용 구조에서는 책임감이나 전문성 유지가 어렵다”며 “외국어 해설사를 행정 보조 개념이 아니라 관광 전문직으로 인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스마트 기술보다 ‘소프트 인프라’ 우선해야”

전문가들은 경주가 글로벌 관광도시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설비 중심’ 접근을 넘어 안내·표지판·번역 서비스 등 기본 인프라를 우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국대 관광학과 A 교수는 “외국인이 이동 과정에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면 관광 경험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AI나 스마트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표지판 정비·통역 인력 확충 등 사람 중심의 안내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경주시 “다국어 안내 플랫폼 내년 시범 운영… 현장 대응 보완”

경주시는 내년 상반기 ‘다국어 통합 안내 플랫폼’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주요 관광지·숙박·교통 정보를 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4개 국어로 제공하는 모바일 기반 서비스다.

경주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APEC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현장 대응에 일부 공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외국어 가능 문화해설사를 확대 배치하고 관광안내소 인력 구조도 손질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황리단길·보문단지 등 민간 중심 관광지는 시가 직접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만큼 상인회·숙박업협회 등과 협력해 다국어 표지판 정비와 안내 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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