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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소천면 도로를 뒤덮은 불법현수막, 행정의 침묵은 책임 회피인가

안전·경관·법질서 훼손에도 단속 공백… “누구를 위한 방관인가”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기자

 

경북 봉화군 소천면 일대 주요 도로변과 교차로, 가드레일, 전신주 인근에 불법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려 있다. 

 

새해 인사, 정치적 메시지, 단체 홍보를 앞세운 현수막들이 차량 통행이 잦은 구간을 가리지 않고 점유하며 농촌 마을의 풍경을 뒤흔든다. 문제는 이 같은 위법 행위가 하루이틀이 아닌데도 관할 행정의 조치가 사실상 멈춰 있다는 점이다.

 

현수막은 도로 시야를 가리고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킨다. 특히 굽은길·교차로·감속 유도 구간에 설치된 경우 안전사고 위험을 키운다. 미관 훼손 역시 심각하다. 소천면 일대는 산자락과 마을 경관이 어우러진 지역이지만, 난립한 현수막은 ‘무법지대’라는 인상을 남긴다. 

 

주민들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달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졌다”며 “단속이 없으니 더 늘어난다”고 토로한다.

현행 옥외광고물 관련 법령은 지정 게시대 외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도로 안전을 저해하거나 미관을 해치는 경우 즉시 철거 대상임을 분명히 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계도 중’ ‘민원 접수 시 처리’라는 말만 반복될 뿐, 상시 점검이나 일괄 정비는 보이지 않는다. 행정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의 영역에서 왜 공백이 발생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논란을 키우는 대목은 형평성이다. 상업 광고나 일반 홍보물은 비교적 빠르게 철거되는 반면, 정치적·단체성 메시지로 보이는 현수막은 장기간 유지되는 사례가 목격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인식 자체가 행정 신뢰를 훼손한다. 법 앞의 평등이 흔들리면, 단속의 정당성은 무너진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불법현수막은 계절성·이슈성으로 폭증이 예측 가능한 사안이다. 정비 계획을 세워 특정 기간 집중 단속을 시행하고, 재발 구간에는 상시 순찰을 배치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정 게시대 확충, 간편 신고 창구 운영, 반복 위반자 과태료 부과 등 이미 검증된 수단도 있다. 문제는 의지다.

주민들은 묻는다. 왜 방관하는가. 단속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느 메시지는 허용되고 어느 것은 불법인가. 행정이 답하지 않으면 현장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은 곧 무질서로 귀결된다. 불법이 관행이 되는 순간, 안전과 경관, 법질서는 동시에 무너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첫째, 전수조사와 즉시 철거다. 

 

둘째, 공개된 단속 기준과 결과 발표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반복 위반에 대한 실효적 제재를 집행해야 한다. 넷째, 지정 게시대와 합법적 홍보 수단을 확충해 ‘달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불법현수막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행정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다. 소천면 도로변에 걸린 것은 천 조각이 아니라 공공의 규칙에 대한 질문이다. 관은 더 이상 침묵으로 답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한 원칙과 즉각적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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