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영덕의 새벽은 조용하지만 분명하다. 어둠이 걷히는 순간, 동해의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는 이 지역이 왜 ‘해돋이의 최적지’로 불리는지를 말없이 증명한다. 영덕을 찾은 이들이 “후회가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해가 잘 보이는 곳이 아니라, 해를 맞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 배경까지 온전히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영덕의 해돋이는 특정 지점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마을과 항구, 언덕과 절벽, 그리고 길 위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하루를 연다. 이 다양한 해돋이 풍경을 하나로 묶는 축이 바로 영덕 블루로드다. 동해의 해안과 자연, 역사와 삶을 따라 조성된 이 길은 걷는 동선 자체가 해돋이 명소다. 같은 아침이라도 포구에서, 언덕에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는 서로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남정면 일대에서 만나는 해돋이는 역사와 맞닿아 있다. 장사상륙작전전승기념관과 문산호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해는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선다. 한국전쟁 당시의 치열한 전투와 희생을 품은 공간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는 오늘의 평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근 전면 리모델링을 마친 기념관은 미디어아트와 실감형 전시를 강화해 역사 교육과 관광 기능을 동시에 높였고, 해돋이 시간대의 풍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미래를 상징하는 해돋이도 영덕의 중요한 얼굴이다. 창포풍력발전단지와 별파랑공원에서 맞는 아침은 자연과 기술이 공존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서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회전하는 모습은 이국적이면서도 상징적이다. 재생에너지 전시관, 체험형 전시 시설, 풍력기 사이를 가로지르는 집라인은 해돋이를 ‘보는 풍경’에서 ‘체험하는 명소’로 확장시키며, 영덕 관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절경을 찾는 이들에게는 죽도산 전망대가 빠지지 않는다. 절벽 위에 자리한 이 전망대에서는 광활한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 암반과 수직 절벽, 그리고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해가 만들어내는 장대한 파노라마는 영덕 해돋이의 백미로 꼽힌다. 최근 관람 환경 개선을 통해 안전성과 접근성이 강화되면서, 사진가와 여행객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

상대산 관어대는 또 다른 깊이를 지닌 해돋이 명소다. 해발 183m 지점에서 내려다보는 동해의 아침은 바다와 평야, 산이 동시에 물드는 순간을 보여준다. 고려 말 학자 목은 이색이 사랑했던 장소로 전해지는 이곳은 예로부터 사색과 감상의 공간으로 알려져 왔다. 현재 추진 중인 관광 편의 증진 사업은 이 역사적 공간을 현대적 관광 자원으로 재해석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영덕 해돋이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축산항이다. 새벽 어스름 속에서 불을 밝히고 들어오는 어선들, 잔잔한 항구 위로 번지는 여명, 그리고 바다 냄새와 함께 스며드는 첫 햇살은 축산항만의 해돋이를 완성한다. 이곳의 아침은 꾸며진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시간이다. 항구를 따라 떠오르는 해는 어촌의 일상과 맞물려 영덕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며,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해돋이로 기억된다.
치유를 테마로 한 해돋이도 영덕의 강점이다. 대진해수욕장 일대에 조성된 웰니스 자연치유센터는 몸과 마음의 회복을 목표로 한 공간으로, 해돋이 시간대의 풍경은 그 자체로 치유의 일부가 된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망 공간에서 맞는 아침은 고요하면서도 깊은 안정감을 준다. 이 시설의 개소를 계기로 영덕은 웰니스 관광의 중심지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 역시 해돋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송림으로 둘러싸인 백사장과 맑은 동해 바다, 캠핑과 휴식이 어우러진 이곳은 연간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했다. 해돋이로 시작해 휴식과 치유로 이어지는 하루의 동선은 영덕 관광의 경쟁력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영덕의 해돋이는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해안 전역에 걸쳐 이어지는 이야기다. 영덕군이 블루로드 주요 거점을 단계적으로 정비하고, 걷기·체험·치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관광 기반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 자원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 전략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선정은 이러한 노력의 성과다. 자연과 길, 그리고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해돋이가 있다.
영덕의 해돋이는 하루의 시작이자 여행의 완성이다. 한 번의 아침이 기억으로 남고, 그 기억은 다시 영덕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덕의 해돋이는 오늘의 명소가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 이어질 백년명소로 불린다. 영덕을 찾는 이들이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곳에는 언제나 가장 좋은 자리에서, 가장 먼저 하루를 여는 해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