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23일 오전,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 일대.
이날 현장에서는 환경사업소가 발주한 것으로 보이는 노후 관로 교체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생활 기반 시설 정비 공사였지만,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본 순간 ‘안전’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에는 크레인 차량이 도로 한복판에 정차한 채 관을 들어 올리고 있었고, 인근에서는 용접 작업과 관 교체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고위험 공정이 진행되는 동안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업자들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보호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로 용접과 절단 작업에 투입돼 있었다. 용접 불티가 튀는 바로 옆에서 다른 작업자가 관을 잡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작업 구간 주변에는 안전 펜스나 통제선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고, 인근을 지나는 차량과 보행자에 대한 통제 역시 미흡해 보였다.
특히 크레인으로 관을 들어 올리는 작업이 진행 중임에도, 작업 반경 내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은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장면이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상 중량물 인양 작업 시에는 작업 반경 통제와 신호수 배치, 작업자 간 충분한 거리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해당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현장에는 책임자로 보이는 인물이 존재하긴 했으나, 전체 공정을 총괄하며 안전을 통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발주처 또는 감독관의 모습이 현장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 환경사업소 등 공공 발주 공사의 경우, 공정 관리와 함께 안전 관리 역시 중요한 감독 항목이다. 특히 노후 관 교체 작업은 용접, 절단, 중량물 취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인력이 현장에 상주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점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관리 소홀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장을 지켜보던 인근 주민들 역시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주민은 “아침부터 크레인이 도로를 막고 작업을 하는데, 안전요원이 없어 차량이 알아서 피해 다니는 상황이었다”며 “사고가 나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로 아슬아슬해 보였다”고 말했다.
공공 발주 공사는 세금으로 진행되는 만큼, 무엇보다 안전과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 공사 기간 단축이나 편의성을 이유로 안전 수칙을 소홀히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최근 각종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안전사고 역시 ‘설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축산리 노후 관 교체 현장은 단순한 일회성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관리·감독 부재, 안전 수칙 미준수, 현장 통제 미흡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유사한 공공 공사 현장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환경사업소와 관계 기관은 해당 공사 과정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안전 관리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점검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향후 유사 공사에서는 감독관 상주 여부, 안전 장비 착용, 작업 구간 통제 등 기본적인 안전 관리가 철저히 이행되도록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공공 공사의 현장에서 ‘안전은 뒷전’이라는 인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보다 엄정한 관리와 책임 있는 조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