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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군 청사, 이대로 안전한가…공무원의 처우에 ‘경고등’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각 시·군 청사가 더 이상 행정의 심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원은 늘고, 행정의 복잡성은 커졌지만 청사의 공간과 구조는 수십 년 전 모습에 머물러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좁아지는 사무실, 쌓여가는 업무용 서류, 갈 곳 없는 공무원들. 현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행정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복지 확대, 재난 대응, 각종 보조금·지원사업, 정보공개와 민원 처리까지 공무원이 감당해야 할 업무의 폭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는 물리적 공간인 청사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시·군 청사는 준공된 지 30년, 40년을 훌쩍 넘긴 곳도 있으며, 증축과 개보수를 반복한 결과 동선은 복잡해지고 업무 효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의 공무원들은 “사무실이 너무 좁아 서류를 둘 공간조차 부족하다”, “회의실이 없어 민원인을 복도나 계단 옆에서 응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행정이 강조되지만 여전히 종이 서류는 줄지 않고, 법적 보존 의무로 인해 폐기조차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사무공간은 점점 잠식되고, 직원 간 간격은 좁아지며 근무 환경의 질은 저하되고 있다.

 

안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노후 청사에서는 전기 설비와 통신 시설, 소방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재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행정기관이 정작 자체 안전에는 취약한 구조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특히 지진, 화재, 집중호우 등 복합 재난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청사 안전은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닌 행정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다.

 

예산 문제 역시 현실적인 벽으로 작용한다. 청사 신축이나 대규모 리모델링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지역 여건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주민 복지, 지역 개발,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당장 눈에 보이는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다 보니 행정의 기반 시설인 청사는 늘 ‘다음’으로 미뤄진다. 그러나 행정의 효율과 공공 서비스의 질을 떠받치는 공간이 흔들린다면 그 부담은 결국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 민원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청사 이전이나 신축이 논의될 경우 입지 선정, 교통 문제, 상권 변화 등을 둘러싼 주민 간 의견 차이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계획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최소한의 보수만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임시방편만 쌓여가는 구조다.

 

공무원의 처우 문제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과중한 업무, 민원 응대 스트레스, 제한된 공간에서의 근무 환경은 공직 사회 전반의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공무원은 안정적이다’라는 인식 뒤에는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이 존재한다. 충분한 휴식 공간조차 확보되지 않은 채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근무 환경에서 양질의 행정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청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주민과 행정이 만나는 첫 관문이자, 정책이 기획되고 실행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이 낡고 비좁으며 안전하지 않다면 행정의 품격과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보수나 임시 증축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청사 재정비 계획과 공론화다.

 

각 시·군은 청사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 안정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주민에게 제공되는 행정 서비스의 질도 함께 높아진다. 더 늦기 전에 청사 문제를 행정 현안의 중심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현장에서는 경고등이 켜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청사 문제, 이제는 각 시·군이 책임 있는 결단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행정의 지속 가능성은 화려한 정책이 아니라, 그 정책을 지탱하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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