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대형 산불은 지역 관광의 가장 큰 위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자연환경 훼손은 곧바로 방문 기피로 이어지고,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통상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경북 영덕군의 최근 관광 지표는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재난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은 관광 수요, 그리고 오히려 질적으로 성장한 지표는 영덕 관광의 저력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통신사 KT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영덕군을 찾은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7.7% 증가한 약 1,090만 명으로 집계됐다. 경북산불이라는 악재 속에서 기록한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크다. 단순 회복이 아니라 증가세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영덕 관광은 ‘방어’가 아닌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광의 질적 지표 역시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자료를 종합하면, 영덕군의 평균 체류시간은 전년 대비 2.8% 늘었고, 숙박 방문자 비율은 8.2% 증가했다. 관광 소비액 또한 17.5% 상승하며, 방문→체류→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분명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성과는 우연이 아니다. 영덕군은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단순한 원상회복에 머물지 않고, 관광 정책의 방향 자체를 재설정했다. 자연 회복과 체험을 결합한 그린투어리즘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산불 피해 지역에 진달래를 심는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은 복원 과정에 관광객을 참여자로 끌어들이며 공공성과 관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는 지역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회복하는 관광’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냈다.
관광객 편의 증진을 위한 정책도 성과로 이어졌다. 단체관광객 인센티브 지원, 관광택시 운영 확대 등은 지역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문화유산 야행, 달빛고래 트레킹 등 야간 관광 콘텐츠가 더해지며 관광 시간이 낮에서 밤으로 확장됐다. 체류시간 연장과 지역 내 소비 증가는 이러한 정책 변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분석된다.
광역 교통망 개선 역시 영덕 관광에 힘을 보탰다. 동해중부선의 전면 개통과 KTX 운행, 영덕~포항 고속도로 개통은 수도권과 영남권 관광객의 이동 부담을 크게 줄였다. 접근성 개선은 관광 선택의 첫 번째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교통 인프라 변화는 관광 회복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성과가 단기 이벤트나 일회성 반등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광객 수 증가와 함께 체류시간, 숙박 비율, 소비액이 동시에 상승했다는 것은 관광 구조 자체가 한 단계 성숙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영덕군이 양적 성장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체류형·소비형 관광지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영덕군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관광 체질 개선에 집중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체류형 힐링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담은 발언이다.
한편, 영덕군은 올해도 지역 주민과 전국 각지의 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희망 심기’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자연 회복과 공동체 참여를 기반으로 한 관광 모델을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재난은 지역의 취약성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영덕 관광의 최근 성과는 위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불길을 넘어서 흐름을 바꾼 영덕의 경험은, 지역 관광이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모범적인 해답으로 기록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