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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공무원의 점심시간 1시간, 당연함 뒤에 숨은 질문들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법과 규정에 따라 1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 근거한 정당한 휴식시간이며, 근로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이기도 하다. 휴식 없는 노동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점심시간 보장은 결코 문제 삼을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1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1시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그로 인해 행정 서비스가 어떤 영향을 받는가에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도 사람인데 점심시간 1시간은 당연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공무원 역시 노동자이며, 휴식은 권리다. 그러나 이 반박은 중요한 전제를 빠뜨리고 있다. 공무원은 동시에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직업군이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동일한 1시간의 점심시간이라 하더라도, 일반 사기업과는 다른 책임성과 공공성이 요구된다.

 

현실의 민원 현장은 어떠한가. 점심시간이라는 이유로 민원 창구 전체가 멈추고, 긴급한 민원조차 ‘식사 후 방문’을 안내받는 장면은 여전히 반복된다. 맞벌이 직장인, 고령자, 원거리 주민에게 점심시간은 오히려 유일한 민원 처리 가능 시간인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점심시간이니 기다리라”는 말은 제도적 편의가 시민의 불편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문제는 점심시간의 ‘확장’이다. 규정상 1시간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동·식사·복귀까지 포함해 1시간 20분, 1시간 30분으로 늘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외부 식당 이용, 단체 이동, 원거리 식사 등이 반복되면서 점심시간은 사실상 업무 공백 시간으로 기능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와 시스템의 문제다.

 

더 나아가 점심시간 중 음주, 근무지 이탈, 사적 용무 처리 등 일탈 사례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신뢰는 급격히 훼손된다. “점심시간은 자유시간”이라는 인식이 공직사회 전반에 묵인된다면, 이는 공직윤리의 근간을 흔드는 신호가 된다. 점심시간은 휴식이지, 무제한적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공무원의 점심시간 1시간은 유지하되, 방식은 달라져야 하지 않는가. 첫째, 전면 중단이 아닌 ‘교대 민원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점심시간에도 최소 인력을 배치해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둘째, 점심시간 운영에 대한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근무지 이탈 범위, 복귀 시간 준수, 음주 금지 등은 선언이 아니라 점검과 기록으로 관리돼야 한다. 규정은 있으되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규정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셋째, 시민의 시간 가치를 행정의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공무원의 1시간과 시민의 1시간은 무게가 다르다. 행정 편의 중심의 시간 운영에서, 시민 중심의 시간 운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공공서비스 혁신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공무원의 점심시간 1시간은 권리다. 그러나 그 권리는 책임 위에 놓여야 한다. 공직사회가 이 단순한 원칙을 외면할 때, 사소해 보이는 점심시간 논란은 곧 행정 불신, 공직 혐오로 번진다. 이제는 “규정이 그렇다”는 말 대신, “시민에게 어떤 행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점심시간 앞에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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