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상주 곶감은 오랜 세월 ‘곶감의 고장’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상주 지역 감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곶감 유통 물량과 축제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그 이면에는 외지 감 유입과 가공 중심 유통 구조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본지는 상주 곶감의 명성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명성은 상주 곶감, 현실은 감 부족
가공지는 상주, 원산지는 흐려졌다
둔갑 논란 속에서도 축제는 계속된다
문:원산지 표시·지리적 표시제의 사각지대
외지에서 생산된 감을 상주로 들여와 곶감으로 가공한 뒤 ‘상주 곶감’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법·제도 안에서는 명백한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 기관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다만 그 과정에는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문:가공지 기준 원산지 표시, 법적 허용 범위
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농산물 가공품의 경우 주요 원료의 원산지와 가공지 표시 기준이 구분돼 있다.
곶감은 ‘가공 농산물’에 해당하며, 감의 원산지가 외지일 경우에도 ‘감(원산지: ○○)’이라는 표기가 명확히 이뤄지고, 가공지가 상주로 표시된다면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외지 감을 사용했더라도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지 않고, 가공지가 상주임을 명시했다면 형식상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실제 구매 과정에서 ‘상주 곶감’이라는 명칭을 원료 산지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문:‘상주 곶감’ 명칭, 지리적 표시 보호 대상은 아니다
상주 곶감은 널리 알려진 지역 특산물이지만, 모든 상주 곶감이 지리적 표시제(GI)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지리적 표시제는 특정 지역의 자연적·인문적 특성과 품질의 연관성이 입증되고, 해당 생산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현재 상주 둥시감을 원료로 한 일부 곶감은 지리적 표시 등록이 돼 있으나, 모든 ‘상주 곶감’이라는 명칭 자체가 법적으로 독점·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지리적 표시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곶감의 경우, 외지 감을 사용해도 ‘상주에서 가공한 곶감’이라는 설명만 충족되면 유통이 가능하다.
한 법률 전문가는 “지리적 표시로 등록되지 않은 명칭은 브랜드 성격에 가깝다”며 “법적으로는 허용되지만, 소비자 신뢰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불법은 아니지만 ‘기만’ 논란은 남는다
법적 위법성 여부와 별개로, 표시 방식이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 경우 공정거래법상 문제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사실과 다르거나 소비자를 현저히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포장지나 홍보 문구에서 ‘상주산 감으로 만든 곶감’이라는 인상을 주면서 실제로는 외지 감을 사용했다면, 허위·과장 표시 논란으로 번질 여지가 있다.
다만 이 역시 구체적인 문구와 소비자 인식, 고의성 여부를 따져야 해 실제 제재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문:관리·감독의 공백, 제도 개선 없인 반복된다
상주시 역시 외지 감 유입 자체를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가공지가 상주일 경우 판매를 제한할 법적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다”며 “모든 가공업체의 원료 수급을 상시 관리·감독하는 데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법적 위법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신뢰와 지역 농업 보호라고 지적한다.
원산지 표시를 보다 직관적으로 강화하거나, 축제·공공 행사에서만큼은 상주산 원료 사용 비율을 명확히 구분·고지하는 자율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합법과 신뢰의 경계선에서
상주 곶감 논란은 ‘불법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합법과 신뢰의 경계선에 놓인 문제다.
법은 허용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기대해온 ‘상주 곶감’의 의미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생산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외지 감 의존이 불가피하다면, 그 사실을 얼마나 투명하게 알릴 것인가가 상주 곶감 명성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