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온라인으로, 골목은 공실로… 지역상권 붕괴의 신호들

  • 등록 2025.12.21 20: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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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지역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와 현장을 종합하면, 지역상권은 이미 구조적 위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비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빈 점포가 늘고 있고, 임대 문의보다 폐업 상담이 더 많다는 말이 상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오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자영업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의 타격이 크다. 이는 지역상권의 근간을 이루는 업종이다. 문제는 단순히 ‘장사가 안 된다’는 호소가 아니라, 왜 안 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대안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소비 패턴의 급격한 전환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소비는 이미 일상이 됐다. 대형 플랫폼을 통한 구매는 가격, 편의성, 배송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반면 지역상권은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 부족, 인력과 비용의 한계로 온라인 진입조차 어려운 상인이 다수다.

이로 인해 지역상권은 ‘가격 경쟁’에서도, ‘접근성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이는 개별 상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다. 플랫폼 경제 속에서 지역상권을 보호하거나 연착륙시킬 제도적 장치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임대료와 고정비 부담이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은 쉽게 줄지 않는다. 특히 상권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권리금 없는 점포’가 늘어나는 현상은 지역상권의 체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지자체가 임대료 안정화나 상생협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상생협약이 권고 수준에 그치거나, 단기간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적 위기에는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 절차가 복잡하고, 서류 부담이 크며,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특히 고령 상인이나 1인 점포의 경우 정보 접근성 자체가 낮아 정책에서 소외되기 쉽다.

지원금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상권 생태계다. 단기적인 현금 지원이 아닌, 상권 분석, 업종 재편, 공동 마케팅, 디지털 전환 지원 등 중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지역상권의 문제는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골목상권은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자 생활 인프라다. 상점이 사라지면 거리의 불은 꺼지고, 유동 인구는 줄며, 지역은 빠르게 쇠퇴한다. 이는 인구 감소, 고령화, 지역 소멸 문제와도 직결된다.

특히 청년층의 유입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상권 붕괴의 속도는 더 빠르다. 일자리가 없고, 소비 공간이 사라진 지역에 사람이 머물 이유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상인이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아니다. “지역상권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가 무엇을 준비했는가”다. 시장의 논리만으로 지역상권의 생존을 맡길 것인지, 아니면 공공의 역할을 재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역상권은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니다. 변화의 속도에 비해 준비가 늦었고, 제도는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미룬다면, 그때는 정말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역상권, 이대로 정말 문제없는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김진우 기자 jin2367ww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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